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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호주브리즈번 WFC를 다녀와서..(금바다회장 김해란)

김해란 1 5,417 2018.11.05 23:48


 

“2018 WFC Summit과 가야금

 

지난 달 나는 352018 WFC Summit(World Flower Council Summit, 세계꽃꽂이대회,이하 WFC Summit)에다녀왔다. 이 행사는 호주 브리즈번에서 917일부터 20일까지 개최되었다. WFC 개최도시인 브리즈번은 봄이 한창이었다. 봄을 맞이하여 갖가지 봄꽃들이 화사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추석을 앞두고 가을걷이로 바쁘던 한국의 들녘을 뒤로하고 비행기에 올랐던 나로서는 같은 날에 서로 다른 계절의 변화를 보면서 새삼스럽게 자연의 오묘함과 경이로움을 느꼈다.

 

WFC는 전 세계 40개 이상의 국가에 플로리스트, 꽃 디자이너, 작가 등 꽃 전문가들로 구성된 회원들을 보유하고 있다. 꽃과 관련된 국제행사들의 정상회담이라고도 불리는 WFC Summit는 전 세계에서 곳곳에서 갖가지 워크숍을 개최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나는 이런 거창한 목적보다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꽃을 매개로 하여 서로 인연을 맺고 교류하며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시간을 갖는 것이 WFC의 진정한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이번 행사에 ()한국플라워디자인협회 이민숙 이사장님과 여섯 명의 한국대표들이 참가했다. 나는 바쁜 일상에도 짬을 내서 매년 이 행사에 참가해왔다. 나에게 WFC Summit는 플로리스트로써의 자존감과 성취감을 안겨주는 꿈의 장소이자 힐링의 시간이다.

 

올해의 컨트리디자인 데몬스트레이션부문에는 23개국의 디자이너들이 각각 자국을 대표하는 아름답고 창의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다. 나는 한국대표 자격으로 작품을 구상하고 준비해서 참가했다. 올해로 벌써 세 번째 한국대표로서 참가하고 있다. 나의 이번 작품은 한국의 전통악기인 12줄로 된 가야금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가야금 음률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꽃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일상에서 쓰는 가는 고무줄을 엮어서 가야금을 연상하는 구조물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가야금의 음률을 형상화한 곡선의 나무 선과 꽃으로 리듬감을 주었다. 가는 고무줄을 활용하여 꽃의 율동성을 표현함으로써 기존의 디자인에서와 같이 와이어가 필요 없이 고무줄에 꽃을 고정시켰다. 결과적으로 고무줄은 기능성과 장식성을 동시에 구현하는 역할을 하였다. 23개국의 대표 작품들 중에서 창의적인 한국적인 소재를 사용하여 공간감과 심도를 갖춘 한국의 미를 표현하였다는 호평을 받아서 참으로 뿌듯한 무대 경험이 되었다.

 

나는 지난 2015년 태국 방콕 WFC Summit에서도 컨트리디자인 데몬스트레이션 부문 한국대표작가로 참여했었다. 한국의 전통 농기구인 를 활용해 풍성한 한국의 가을을 디자인해서 발표했었다. 작품 발표와 함께 어린 시절 오줌싸개에게 키를 쓰고 이웃집에 가서 소금을 얻어오라고 하는 풍습을 소개하여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었다.

작년 2017년에는 중국 광저우 WFC Summit에 참가했다. 광저우 WFC는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인하여 세계 30여 개국이 참가했고, 중국 내에서도 많은 플로리스트들이 참여해서 근래 개최된 행사 중 최대 규모가 되었다. 광저우 행사에서는 바디플라워 부문으로 무대에 올랐다. 바디플라워는 몸에 꽃을 장식하는 디자인이다. 어우동의 모자를 모티브로 하여 한국의 어우동을 꽃으로 콜라보하여 한국의 미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작품을 모델에게 장식하고 모델과 함께 무대를 워킹하였다. 세계의 유명한 대표 작가들에게 무대중앙을 장식하는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지금 돌이켜보아도 벅차고 멋진 경험이었다.

이번 호주 WFC Summit에 발표한 내 작품은 한국에서 오브제를 미리 만들어서 박스에 포장해서 직접 들고 갔다. 꽃들은 호주 꽃시장에 가서 직접 고르고 준비해서 무대에서 데몬스트레이션을 하면서 작품을 완성했다. 주로 사용된 꽃은 자스민 넝쿨꽃으로 리듬감을 표현하고, 가야금 줄을 연상하는 붉은 고무줄선의 색상과 유사한 꽃들로 공간감과 심도를 사방으로 표현하여 한국의 단아한 미를 완성해갔다. 전체적인 화려함속에서도 드러나지 않는 듯 단아한 아름다움이 한국의 미라는 만들어낸 작품이다. 함께 발표된 다른 국가의 작품들은 나처럼 자국의 전통미를 표현하기 보다는 흔한 주변소재들로 작품들을 구상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의 전통미를 표현하고자 하였던 나의 작품은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 덕분에 많은 호평과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것 같다.

 

데몬스트레이션을 마치고 브리즈번 W호텔 로비에 나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각국의 많은 작가들이 사진 러브콜을 하였다. 마치 스타가 된 것 같아서 우쭐한 기분을 들기도 했다. 어떤 작가는 내게 다가와 한국에 갈 기회가 있으면 꼭 내게 찾아오겠다고 약속하기도 하였다. 세계의 작가들과 꽃으로 하나가 되어서 우정을 나누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벌써 내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 될 2019 WFC Summit가 기대된다.

Comments

김해란 2018.11.05 23:52
월간 전남매일 11월호에 실린 제가 쓴 체험기입니다. 금바다회장 김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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